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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일본 온천지 순례] 설국(雪國)의 고장 니가타(新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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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 설국(雪國)의 첫문장이다. 조에쓰(上越)선 시미즈(清水) 터널을 빠져나오면 펼쳐지는 곳은 일본의 니가타(新潟)현이다. 작가는 해발 2000m가 넘는 에치고(越後) 산맥을 타고 군마현에서 니가타현으로 넘어가는 것을 ‘국경을 넘는다’고 표현했다.

 

☞ 조에쓰선: 군마현 다카사키시 다카사키 역과 니가타현 니가오카시 미야우치 역을 잇는 동일본 여객철도의 간선 철도 노선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니가타현의 온천마을 에치고유자와(越後湯沢)에서 설국을 집필했다고 한다. 12월~2월 에치고유자와에서는 함박눈을 맞으며 노천탕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에치고유자와 온천 마을

 

작가가 집필할 때 묵었던 다카한(高半) 료칸에서 기적의 온천 '다마고노유(卵の湯)'를 만끽할 수 있다. 여기서 목욕을 하면 피부가 매끈해진다고 하여 '다마고노유(계란탕)'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다카한은 지금도 예전 그 자리에 있으며 그가 머물던 2층 다다미 방인 ‘가스미노마(안개의 방)’이 지금도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내부에는 소설 속 여주인공 ‘고마코(駒子)’의 실제 모델이었던 게이샤의 얼굴도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고마코

 

다카한은 온천수가 발견된 지 900년이 넘는 니가타현 유자와마치(湯沢町)에 있는 천연 온천이다. 한번 쓴 물을 다시 이용하는 순환식이 아닌 원천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한다. 43도의 원천을 욕조에 받으면 몸을 담그기 좋은 42도 정도 된다고 한다. 온도를 맞추기 위해 차가운 물을 더하지 않은 진짜 100% 온천이다. 물을 계속 틀어주기 때문에 3시간 마다 물이 전부 바뀌어 언제나 신선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여성 전용인 노천탕은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유자와마치 온천

이 외에도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아카쿠라(赤倉)온천, 일본 3대 약탕 마츠노야마(松之山)온천, 미인 온천 츠키오카(月岡)온천 등이 있다고 한다.


니가타에는 삼백(三白)이 있다. 그런데 흰 눈, 흰 쌀, 투명한 사케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흰 눈, 사케, 온천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며 흰 눈, 흰 쌀, 백옥미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다 말이 되는 것 같다.

JR의 신칸센 광고

 

니가타는 일본의 명품쌀 ‘고시히카리((越光, コシヒカリ)’의 산지이며 그 쌀로 빚은 사케 또한 명품이라고 한다. 고시히카리로 만든 초밥 또한 일품이겠지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찰기가 너무 강해 돈부리(덮밥), 볶음밥, 초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햅쌀이 아닌 묵은 쌀로 밥 짓는 방법을 달리 하면 돈부리 혹은 초밥에 사용은 가능하다고 한다.

 

좋은 물과 맛난 쌀로 빚은 사케 역시 일본 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사케 주조장도 96개로 일본에서 가장 많다. 술은 주로 겨울에 빚지만 양조장 견학은 계절에 상관 없이 할 수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주조장 몇 개를 소개한다.

 이치시마(市島) 주조장: 시바타(新発田)시 소재, 1790년 시작, 직계 가족만 운영, 7대 손이 운영 중

 이마요츠카사(今代司) 주조장: 니가타(新潟)시 소재, 250년 역사

 핫카이(八海) 주조장: 미나미우오누마(南魚沼)시, 눈을 저장한 설실(雪室)에서 5년간 숙성

니가타는 최고의 술에 걸맞는 안주도 훌륭한 곳이다. 대게, 방어, 한치 등이 흔하고 남방새우도 유명하다. 니가타의 요리사들이 니가타가 자랑하는 성게, 다랑어, 연어 알 등을 고시하키라로 지은 밥에 얹어 만든 ‘기와미(極み)’라는 초밥도 있다. 니가타 시내에 ‘기와미(極み)’ 전문 식당이 30군데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니가타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면 항구이다. 북한과 불과 800km 떨어진 니가타현은 북한의 원산에서 출발한 만경봉(萬景峰)호가 입항했던 곳이다. 만경봉호는 일본의 니가타현과 함경남도 원산시를 잇는 부정기 화객선으로 1971년 5월 취항하여 8월 니가타에 입항하였다. 이후 2006년 7월 북한이 장거리로켓 시험을 강행하자 일본은 만경봉 92호의 니가타 등 일본 내 입항을 금지시켰다.

 

☞ 만경봉호(萬景峰號): 북한이 건조한 페리선으로 1971년 건조되어 재일조선인의 북송선으로 이용되었으며 1호가 노후화됨에 따라 1992년 1호(만경봉-92)가 건조되었음.

만경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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